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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모든 가정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갈등과 위기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가정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걱정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이미 오래된
문제이면서도, 그 문제에 대한 처방보다는 문제만이 더욱 거칠게 심화되는 국면에 우리는 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나가기 쉬운 문제
하나를 짚고 가야겠습니다. 가정의 위기는 가정이 지니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게 있기보다는, 심각하고 위태로운 문제를 문제로 볼 줄 모르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가정 구성원의 태도에 있습니다. 그 다음은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그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와, 자신들의 문제를
은폐하거나 공개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대응자세에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 가정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에 어떤 문제들이 위기를 만들고 있는 지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진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문제 극복을 위해 자신을
개방하도록 용기를 기르도록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청소년의 범죄가 사회 문제가 될 때면 언제가 그 가정 배경이 뉴스에
빠지지 않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제외되고 가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언론의 구태의연(舊態依然)하고 불성실한 태도가 고쳐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정이 한 인간의 인성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만큼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정의 문제가 방치되게 되면,
그 문제는 사회적 독소로 반드시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위기의 전조(前朝)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비행을 저지르고 가출을 하여 범죄의 어두운 그늘로 모여드는 것은 이 사회가 우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병든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지만, 가정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무능력한 가정으로 방치되거나, 오히려 역기능의 가정이 되어 있기 때문임을 우리가
부정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불특정한 대상인 사회의 탓으로만 돌리고 가정의 구성원들이 책임을 피해가려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내세우는 가정의 문제는 이혼, 청소년 탈선,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들은 가정의 문제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일 뿐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 지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가정의 문제는 미묘하고 세밀하며, 은밀하기까지한 심리적, 정신적
상황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적 관찰과 진단이 필요합니다. 즉,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진단을 통해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섣부른 주관적 판단과 진단은 문제를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의사를
찾듯이, 그리고 의사가 전혀 객관적 입장에서 환자를 관찰하듯이 가정의 문제는 전문가적 상담 과정이 필요함을 먼저 인식하여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 쌓기와 성과주의, 자기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가족에 대한 헌신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가정을 희생하면서 직장과 공적 활동에 투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가정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일과, 가정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자기 설득에 있음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가 더 심각하기 전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안고 사는 자신들이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한다는
점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자신이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겠다고 덤비는 만큼 더 위험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설사 자신이 의사라 하더라도
자신의 병은 다른 의사에 맡기는 것이 자신을 살리는 길입니다. 자기 머리는 자기가 깎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제는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게
되면, 즉시 지체 않고 상담자를 찾는 겸손함과, 가정에 대한 헌신으로 시간과 마음을 집중하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신경 정신과를 찾아 가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기도 합니다. 그것 역시 인간심리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가정문제에 대하여 상담자로 선택할 때 성직자를 택한 비율이 77%에 달하였고 비종교적인 상담자를 택한 비율은
14%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인류사 속에 인생의 문제를 종교 이상 다룬 어떤 영역도 없습니다. 종교는 인생 문제의 시작과 끝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가정의 문제를 곧 교회 문제의 연장으로 생각하며 진지하게 각자의 사적 생활까지 관심하고 있습니다. 목사는 가정 문제를
상담할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며 교인은 가정의 사소한 문제까지도 목사와 상담하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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